한은 "미국발 금융충격, 달러패권 통해 韓경제에 3배 증폭"

한국은행이 미국발 금융충격이 달러패권 경로를 통해 국내 경제에 최대 3배까지 증폭되어 전달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9월 15일 공개된 '달러패권과 미국발 충격의 글로벌 파급 영향' 보고서는 달러화의 국제적 지배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계량적으로 분석한 첫 연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달러 의존구조로 경제충격 3배 증폭 현상

손민규 한국은행 경제모형실 금융모형팀장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는 동태확률일반균형(DSGE) 모형을 활용해 달러화의 국제금융경로와 무역결제경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달러의 국제금융경로가 차단될 경우 미국 금융리스크 충격에 따른 국내 생산 감소폭이 3분의 2 이상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달러 의존도가 높을수록 미국발 충격이 국내 경제에 훨씬 크게 전달됨을 의미합니다.

특히 미국 금융리스크로 회사채 초과프리미엄이 25베이시스포인트(bp) 상승하거나 통화긴축으로 정책금리가 25bp 오를 때 달러 경로가 활성화되면 성장, 투자, 교역 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가하고 충격의 지속성도 길어지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 환율상승이 수출에 악영향? 통념 뒤집는 연구 결과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입니다. 전통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손 팀장은 "우리 수출이 대부분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오히려 수출국 현지가격을 끌어올려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달러화로 가격을 매기는 '달러 프라이싱' 관행 때문에 강달러가 우리 제품의 해외 가격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반면 수출대금이 원화로 결제될 경우 미국 금융리스크 발생 시 국내 생산 감소폭이 4분의 1가량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대응방안: WGBI 편입과 원화 국제화 추진

한국은행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먼저 내년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통해 우리 국채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면 미국 금융충격의 국내 파급 영향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원화 국제화 추진입니다. 한은은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원화의 국제화를 꾸준히 추진해 달러화 변동이 무역결제경로를 통해 우리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양자간 통화스와프 체결 확대, 원화표시채권 역외 발행 등을 통한 원화의 아시아 역내 결제통화 위상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경고

한국은행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촉구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제 교역에 널리 활용될 경우 달러화의 영향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지만, 동시에 코인런과 국채 가격 변동성으로 인해 달러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의 확산이 기존 국제통화 시스템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한국 경제의 새로운 과제

이번 연구는 한국 경제가 달러패권 구조에서 얼마나 취약한 위치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미국발 충격이 달러화 국제금융경로와 무역결제경로를 통해 동시에 작용하면서 실물경제와 물가를 한꺼번에 흔드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특히 글로벌 가치사슬(GVC) 연계를 통해서도 미국발 충격이 간접적으로 전이되는 만큼, 우리 경제의 대외 충격 완충 능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번 연구는 달러 의존도 축소와 원화 국제화가 단순한 정책 목표가 아닌 경제안보의 핵심 과제임을 재확인시켜 준 중요한 분석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