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 리뷰 : 인간의 추악함의 끝에 마주한 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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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리뷰

영화 얼굴 리뷰 : 인간의 추악함의 끝에 마주한 내 얼굴

by 토킹맨 2025.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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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한 리뷰를 위해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고 있던 사전정보는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박정민 배우가 나온다는 것만 알고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 같이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 추악한 인간상들을 마주하면서 박정민 배우의 주특기인 짜증 연기가 잘 묻어나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눈이 안 보이는 전각(도장) 장인 임영규(권해효)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나오고 눈이 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전각 장인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PD 김수진(한지현) 이 나온다. 

아버지가 받은 수많은 상패들이 비치며 대단한 아버지를 두셨다는 김수진 칭찬을 들은 임동환은 약간 멋쩍은 표정을 보여준다.

그날 밤 동환에게 경찰서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처음 듣는 이름인 정영희(신현빈)씨에 대한 얘기를 하며 백골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처음에는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엄마가 백골 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백골을 마주하고 백골이 40년정도 되었다고 하니 동환은 더 당황스럽다.

아버지에게 집을 나갔다고만 들은 엄마가 누군가에게 죽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착잡하기만 합니다.

빈 영정사진

그렇게 영정 사진도 없이 장례를 하는 도중 마침 찾아온 외가쪽 친척이 와서 하는 말이 엄마에게 남겨진 유산이 있는데 그것을 나눌 수 없다는 얘기를 합니다. 

장례식까지 와서 유산 이야기를 하는 외가쪽 친척들에게 어이가 없으면서 짜증이 났지만 유산은 필요 없고 엄마의 사진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사진이 없다고 합니다.

사진이 없는 이유는 얼굴이 하도 못생겨서 괴물 같이 생겼다 등 사진을 찍기 싫어했다고 하고 어릴 때 집을 나갔는데 집을 나간 이유가 아빠(할아버지)의 불륜을 폭로해서 집안을 풍비박산 냈기 때문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옆에서 이 얘기를 듣게 된 다큐멘터리 PD 김수진은 방송적으로 재미있는 소스를 찾은 것 같아서 방송의 노선을 미스터리 한 정영희의 이야기를 촬영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영희란 인물은 옳고 그름을 분명히 인지하는 올곧은 성격입니다. 자신이 아버지의 불륜을 폭로하게 됨으로 일어날 후폭풍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실행합니다.

보통 본인 외모를 놀림 받고 지적당하면 이런 성격이 형성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영희는 어릴 때와 마찬가지로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옳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면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합니다.

그에 비해 현시대의 저널리스트를 맡고 있는 김수진은 저널리스트이지만 사실을 추구하면서도 그 사실이 자극적이고 방송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가 더 중요한 사람입니다.

여기서 연상호 감독이 이 두 인물을 통해 변질된 저널리즘을 비판하는 요소로 사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영희의 두번째 폭로 대상인 백주상 사장

정영희가 일하고 있는 봉제공장 사장이며 그 시대에 드물게 월급도 제대로 주고 보너스까지 주는 전형적인 사람 좋은 모습의 사장

하지만 변태적인 기질을 숨기고 있었으며 일하는 직원을 성폭행하고도 자신이 윗사람이고 사장이니까 그래도 상관없다는 안하무인 한 태도를 보입니다.

어느 날 자신이 시다를 하던 재봉사가 울고 있어서 위로를 해준 정영희

백주상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 이후에 재봉사는 무단결근을 하게 되고 그 사실을 따지기 위해 백주상에게 정영희가 찾아갑니다.

찾아가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서 손수 종이에 백주상의 잘못을 적어서 사람들에게 알립니다.

여기서도 정영희의 저널리스트적인 모습이 보이는데 비록 배우지 못해서 맞춤법은 틀릴지라도 사실을 알린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백주상의 잘못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백주상이란 인물은 봉제공장 사장이면서도 워낙 발이 넓고 그 지역에서 평판이 좋아 임영규에게도 사장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정영희가 백주상에 대한 사실을 폭로해서 같이 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어릴 적부터 놀림, 모멸, 핍박을 받아온 임영규는 눈이 안 보이는 상황에도 도장을 팔 수 있게 여태까지 노력했던 것이 물거품이 되고

자신이 못생기고 괴물 같이 생긴 여자랑 결혼한 것 마저 또한 놀림을 받고 있었다는 피해망상에 사로 잡혀서 결국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인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자신은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존경받으며 추앙받아야 한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여태까지 살아온 것이었습니다.

영화의 예고편은 마치 누군가 범인인가를 쫓는 스릴러 영화 같지만 본질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얼굴)들은 일부러 보는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느낄 수 있게 과장되어 표현했지만 실제로도 충분히 있는 사람들이고 영화를 보면서도 결국 보이지 않는 얼굴을 계속 궁금해 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여기에 저도 포함되어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고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영화라 매우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계속 생각하게 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번 영화가 딱 그런 영화였습니다.

 

별점 5점 만점에 4.8점입니다.(개인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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